예전엔, 하나의 이야기엔 그에 상응하는 절대적인 루트가 있다고 생각했다.
잘 짜여진 주제의식, 그걸 관통하는 단 하나의 전개가 있기 마련이라고 좀 오만하게 여겼다.
쓰다 보니 그렇게 안 됐다.
갈등이 생기는 기로에 직면하면 티끌만큼 작은 것에도 흔들리는 게 사람이고, 사람의 소갈딱지를 들여다보려고 하는 입장에서 주요 전개의 분기점마다 결정과 선택이 어려웠다.
그래도 되도록이면 이게 오롯하고 무결한 단 하나의 전개일 거야, 라는 납득이 어느 정도 설 때까지 끌고 가려고 고민했다.
그러다 보니 늦어졌다. 늦어지고 있다.
인간관계에서 기본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다고 느끼는 나에게 '왜?'라는 걸 납득시키려고 하는 부분 때문에 소설을 쓰기가 힘들다.
사랑이고 뭐고 그냥 다 관둬버리면 그만 아닌가, 하는 실생활의 태도가 소설 속으로 자꾸 침투하려고 해서 곤란하다.